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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 투병일기 (24.05- ing)

#6. 암에 걸리면 고독한 이유

by T없이 맑은 i 202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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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성모병원 13층 림프종센터 휴게실 속 희망의 화이트보드

 
 
 
내가 암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내 자신만큼 사랑하는 남편이 암환자가 되고 나니 세상 누구보다 서럽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 사실 해마다 암환자는 발생하는 것이고, 그중에서 림프종 환자는 매년 6천명 정도나 생겨난다고 하는데 하필 그 6천 명에 당첨(?)이 되다니 말이다.
 
세상사 뭐든지 경험해보면 좋다고 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그것도 인생 최악의 경험을 맞이하다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좀 진정이 되었고 많이 내려놨지만 여전히 하늘이 원망스러운 건 사실이다. 왜 착한 우리 오빠한테 이런 시련을 주었는지 묻고 싶다.
 
어찌 됐든 암환자가 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어찌어찌 받아는 들였다. 다만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료받고 싶었지만, 치료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은 걸리고 그마저도 어찌 될지 모르는 판이니 오빠 회사 사람들과 자주 보는 주변 지인 몇 명에게만 암밍아웃을 했다.
 
다행히(?) 사장은 오빠를 한없이 가엾게 여겨서 많은 편의를 봐주었다. 치료를 마치기 전까지 이런 스탠스로 유지돼야 할텐데 살짝 걱정이지만 말이다.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도 힘이 되는 말을 해주었고, 회사 분들 중엔 병원으로 찾아온 분도 계셨다고 한다. 이번 일로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오히려 회사 사람들처럼 사적으로 먼 관계라 생각한 사람에게 의외의 위로를 받았다. 
 
주변 지인들에게는 1차 항암 직전에 얘기를 했다. 그마저도 소수의 인원에게 했지만 씁쓸한 건 사실이다.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오빠와 내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공감은 힘들 것이다. 이해한다. 그저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이나 동정 따위의 감정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곤 자신의 건강 상태에도 의문을 품을 것이고, 본인의 보험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해보곤 할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우리 안부가 궁금하면 괜찮냐고 물어오는 그 정도의 관계. 건강했을 땐 그리 자주 보는 사이였지만 건강을 잃고 나니 멀어지는 관계에 서글픈 마음이 든다.


뭐 서운한 감정은 일방적인 거니까. 그들은 나름대로 최선의 위로를 다 했을 것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니 100%에 가까운 공감은 힘든 일이니까. 뭐가 됐건 이 일을 입방아에 올려서 가십거리로 삼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불행으로 자기 위안 삼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래도 괜찮다. 오빠한테는 내가 나한테는 오빠가 있으니.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끝까지 이겨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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