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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 투병일기 (24.05- ing)

#1. 남편이 아프다. 림프종 의심 환자라니..

by T없이 맑은 i 2024.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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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프다.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린 지 2주째. 동네 병원에서 타온 약도 소용이 없기에 찾아간 좀 더 큰 종병에서 복부 CT까지 찍게 되었다. '심해봤자 맹장쯤 터진 거겠지' 하던 생각하던 찰나에 의사는 예상과는 정 다른 말을 꺼냈다.
 
'복강 내 림프절이 비정상적으로 커졌으니 더 큰 병원으로 가라'라고. 

다행히 그 병원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다음날 가까운 구리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외래를 예약할 수 있었다. 구리 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선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우선 PET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암 환자들이 찍는 CT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빠가 찍게 될 줄이야.. 그다음 주 화요일에 PET CT와 전신 CT를 예약하고, 당일엔 피검사, 흉부 엑스레이, 소변 검사에 집에 가서 대변 검체도 받아오기로 했다. 그때가 복통 3주째 다 돼가던 시점이었다.

이젠 복통을 넘어 등이랑 허리 통증까지 방사된 상태여서 잠을 잘 때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잠잘 때 자세를 바꾸면 통증 때문에 자다 깨다 하고 잠을 제대로 못 잘 지경이었다. 한구리에서 받아온 마약성 진통제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낮에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밤에 잘 때 배에서 부글부글 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고, 등과 허리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이었다. PET CT는 똑바로 누워서 찍는 건데 남편은 그것도 겨우 찍을 정도로 극심한 등,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PET CT를 찍은 당일 밤, 극심한 등허리 통증 때문에 한숨도 못 자고 괴로워하는 남편을 데리고 다음 날 새벽 한구리 응급실로 갔고, 결국엔 그날 72 병동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간호 간병 통합 병동이라 나는 상주하지 못하고 오빠만 입원하게 되었다. 다음날 회진 때 만난 혈액종양내과 교수님 왈 다행히 PET CT에서 복부 외에 다른 장기들에는 이상 소견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혈액검사 포함한 다른 검사들도 마찬가지. 오로지 복강 내 임파선만 크게 부어있다는 것이다.

일단은 입원해 있다가 다음 주 월요일 복강경 수술로 림프절 절제를 해서 조직 검사를 하기로 했다. 교수는 지금으로 봤을 때 '림프종이 가장 의심'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도 없는데 난 벌써 림프종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ㅎ 림프종.. 혈액암 중 가장 흔한 암으로 그 종류만 80~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남성 10대 암 중에 하나고, 유명인 중엔 허지웅, 안성기, 최근엔 윤도현이 걸렸던 암.. 호지킨 림프종, 비호지킨 림프종.. 간호학과 재학 시절에 스치듯 배웠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나 네이버를 총동원해서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블로그엔 림프종 환우들이 올린 투병 일기가 꽤나 많았다. 그중엔 젊은 사람들도 대다수 있었다. 암이라는 게 나랑은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했는데, 젊다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병이고 내 주변에서도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림프종 치료로 유명한 병원은 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 센터,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 있었고 각 병원마다 저명한 교수님이 계셨다. 만약에 오빠가 림프종이라면 저기 중 한곳에 예약해서 항암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림사랑이라는 림프종 환우들이 활동하는 카페도 가입했다. 부랴부랴 암보험도 찾아보았다. 나는 진짜 부실한 실비 보험 하나 달랑 있어서 얼른 암보험부터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한테 물어보니 암보험이 없다고 해서 이제라도 가입해야 하나 싶던 찰나에 최근 건강이 악화돼서 큰 수술을 받은 친한 동생이 암보험은 꼭 가입하라고 당부하며 알려줬던 한 보험 설계사한테 보험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 결과, 다행히 오빠는 여러 보험에 들어있었고 거기에 암 진단비나 수술비 등 보장이 충분히 돼있었다. 그래서 일단 나만 암보험에 가입하게 되었다..ㅎ

원래 직장 자리 잡으면 가입하려고 했는데 어찌 됐던 하루빨리 가입해놔야 할 것 같아서 가입했는데 잘한 것 같다. 조직 검사 결과는 5월 말이나 돼야 나올 것 같은데, 그전에 복통이나 등허리 통증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제발 림프종이 아니기를.. 단순히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림프절 비대로 약물요법으로 치료되는 그런 상태였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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