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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 투병일기 (24.05- ing)

#2. 복강경으로 조직검사 실시

by T없이 맑은 i 2024.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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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결국 지난주 월요일에 복강경으로 림프절 조직 절제술을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는 통상 일주일이면 나온다고 하는데 망할 혈종과 교수가 학횐지 나발인지 간다고 해서 반강제적으로 2주를 기다리게 되었다. 하루가 일년 같은데 욕이 절로 나온다..ㅋ

림사랑 카페 분들이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까지 일주일을 더 기다리는 이 시기가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같다.
 
오빠는 목이나 사타구니 림프절에 생긴 사람들과 다르게 복강 안에 림프종이 생겨서 주변 소화기관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하루에 한끼도 채 먹지 못하지만 매일 더부룩한 배를 부여잡고 있다.

한달 가까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뉴케어, 스프, 포카리 같은 걸로 연명하니 얼마나 먹고 싶은 게 많을까. 식탐같은게 전혀 없는 사람인데 매일 유튜브로 먹방을 보고 상태가 나아지면 먹겠다는 리스트까지 작성하고 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가뜩이나 마른 사람 겨우 60초반 만들어놨는데 다시 앞자리 5가 되었다.. 뼈밖에 안 남은 불쌍한 우리 오빠. 대체 뭘 잘못 했길래 이런 시련을 주는 걸까.

퀴블러 로스 5단계에서처럼 어떤 날은 미칠듯한 분노에 사로 잡힌다. 이 세상에 개같은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기적이고 지밖에 모르는 못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대체 우리 오빠한테 암이 생기냐고.
 
착하디 착한 오빠한테 대체 왜? 무슨 이유로? 암 생겨야하는 나쁜 새끼들한테나 생길 것이지 진짜 쌍욕이 나온다. 그렇게 분노에 차오르다가도 또 어떤 날엔 위말트림프종이나 호지킨 림프종이기를 이런 림프종 중에 비교적 치료가 쉬운 쪽이기를 바라고 1기나 2기이기를 바라며 정체모를 신과 타협해보기도 한다.
 
 오빠가 림프종 증상을 겪게된 이후로 나는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림프종에 걸려서 아픈 건 오빤데 맨날 나만 운다..ㅋ 당사자인 오빠는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흐른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자의식 과잉이라고 한다는데 정말 개같은 소리다. 이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절망에 빠지고 자의식 과잉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린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아님 재수가 없는 나 때문에 오빠가 이렇게 된 걸까. 요즘엔 하루를 버티는게 참 버겁다. 오늘 자고 일어나면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다음주 월요일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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